양종용

A Natural Life, A Harmonious Life

양종용

양종용은 이끼를 그린다. 이끼는 매우 작고 조밀하게 자라는 선태식물로, 이미 4억 년 전부터 지구상에 존재한 가장 오래된 식물 가운데 하나다. 육상의 건조한 환경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축소와 단순화를 거듭하여 현재의 포자식물 형태로 진화한 이끼는 아주 적은 습기만으로 번식하고 살아가는 원초적 생물이다. 그의 그림 속에서 이끼는 접시나 일상적 사물의 표면에 붙어있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미미하고 하찮은 존재로서의 이끼를 극사실적으로 그린다는 것은 그 자체로 눈에 잘 띄지 않고 중요해 보이지 않는 대상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드러낸다.

가장 핵심적인 모티브로서 접시 위에 담긴 이끼를 그린 <그릇이끼> 연작은 독특한 설정을 보여준다. 다소 추상적인 배경(백색 공간, 혹은 하늘)에서 허공에 둥둥 떠있는 접시가 그것이다. 이것은 마치 지구를 접시에 비유하여 텅 빈 공간에 떠있는 것으로 묘사한 것처럼 여겨진다. 당연히 그 위의 이끼는 대지 위에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존재들을 나타낸 것이 된다. 이끼는 간혹 접시의 가장자리를 넘어 아래쪽으로 퍼지기도 하는데, 매끈한 자기의 표면에 붙어있는 이끼의 모습은 그것의 멈출 수 없는 생명력과 의지를 나타낸다.

한편 <이끼(동동동동동)>에서 보이는 것처럼 양종용의 회화에서 이끼는 근본적으로 중력을 거스르는 대상이다. 실상은 그릇이나 사물들이 아니라 이끼가 모든 것을 허공에 뜨게 하는 존재인 것이다. 세계가 현전하는 것은 그 위에 붙어있는 미미한 존재들 때문이다.

다른 그림들에서 이끼는 일상의 사물들(소파, 변기, 항아리, 커피잔) 등에 붙어 번식하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완전히 다른 대상으로 변이를 하기도 한다(나무, 달걀, 밥). 관객은 이 과정에서 이끼가 구체적 사물이 아닌 상징적 기호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끼가 지닌 강렬한 존재감은 그것의 높은 밀도, 짙은 녹색으로 이루어진 유기적 질감, 그리고 이끼의 군체가 만드는 독특한 볼륨에 의해 더욱 강조된다. <하트이끼>의 이끼들은 마치 작은 군집들이 모여서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하듯 스스로 ‘하트’를 만들어 보여준다. 이 그림은 기호이자 회화이며 동시에 작은 서사처럼 읽힌다. 존재가 의미를 만들려면 그것들의 관계를 통해 기호를 이루어야 한다. 그림은 옆으로 걸려있지만, 실제로 관객의 시선은 그것들의 위에서 내려다보는 위치에 놓인다. 마치 신의 시점처럼 말이다.

점점이 흩어져 있는 이끼 덩어리들을 그린 <이끼 (1,2)> 연작 역시 하얀 바닥을 배경으로 위에서 내려다 본 것이다. 그림자로 유추컨대, 이 이끼들 역시 허공에 떠있다. 상위의 관찰자에게 이끼는 어떤 존재일 것인가? 아무리 미미한 존재라 하더라도 그것들은 지금 서로를 붙잡고 더욱 커다란 관계를 형성하면서 중력을 거스르는 초월적 역량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서의 그림자는 그것들이 해내고 있는 놀라운 역사(役事)의 감춰진 단서인 셈이다. 이끼를 통해 전개하는 양종용의 서사가 흥미로운 지점은 그것이 작가의 세계관을 매우 섬세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 서사가 차제에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된다.

예술감독 유진상

이끼는 높게 자라지 않는다. 넓게 펼쳐지며 작은 숲을 닮은 모습으로 자란다. 마치 그 공간에 존재하는 것들을 보듬는 듯 덮어주며 그리고 그 존재들의 관계를 연결해주는 듯하다. 이끼는 그 공간을 조화롭고 어울리게, 한마디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며 살아간다.

작가노트

양종용
b.1984
개인전
2020 <대기만성>, 산지갤러리, 서울
2019 <양종용 개인전>, GS타워 스트릿갤러리, 서울
<양종용 개인전>, 아트드보라갤러리, 서울
<양종용 개인전>, 키다리 갤러리, 대구
<양종용 개인전>, 갤러리하이, 부산
2018 <양종용 개인전>, 미구스타 갤러리, 화성
2015 <양종용 개인전>, 키다리 갤러리, 대구
2014 <양종용 개인전>, 한스갤러리, 서울
주요 단체전
2018 <Stage7>, 리빈갤러리, 부산
<나래전>, 갤러리일호 / 갤러리엠, 서울
2017 <자연을 담다>, 아트세빈 / 한스갤러리, 부산
2016 <커피, 공간으로의 초대>, 강릉시립미술관, 강릉
2015 <Brand New 6-The Art of Seduction>, 유진갤러리, 서울
2013 <한국현대미술대전>, Georgian National Gallery, 트빌리시
수상
2017 우수상, 뉴드로잉 프로젝트,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2011 대상, 강원미술대전, 강원도미술협회
비구상 부분 입선, 대한민국미술대전, 한국미술협회
2010 특선, 단원미술대전, 안산문화재단
작품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