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훈

Some Love It, Others Hate It

안상훈

안상훈의 회화는 눈에 보이는 것들 혹은 기억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혼재하는 장면처럼 보인다. 그의 캔버스 위에는 마르지 않은 상태의 색채들이 빠른 붓질에 의해 뒤섞이거나 발려 나가는 과정이 그대로 남겨져 있다. 때로는 색면들이, 때로는 윤곽선이, 때로는 물감의 발려진 물성이 두드러지는 그의 화면구성은 즉흥적이고 예민하며 격렬하면서도, 적정한 선에서 손을 떼는 전형적인 회화적 회화(painterly painting)의 세련됨을 보여준다. 회화적 회화는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의 전통을 살리면서 동시대 회화로 이어지는 중요한 회화의 영역이다.

독특하게도 2015년부터 안상훈은 먼저 자발적 회화 작업을 시작하고 나서 매우 임의적인 방식으로 제목을 지어왔다. 예컨대, 작품 촬영 사진의 일련번호를 구글에 검색한 후 거기서 도출된 단어나 문장들 가운데 작가가 고른 것을 작품의 제목으로 삼는 방식 등이 그것이다. 2020년에 이르러서는 제목과 이미지 사이의 연약한 관계를 드러내는, 우연적이면서도 좀 더 상호 유추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제목을 짓고 있다.

이러한 명명 방식은 회화의 추상성을 특정한 사건이나 서사와 연결 지음으로써 그것에 구체적 맥락을 부여하는 작용을 한다. 많은 추상표현주의 회화들이 추상적이거나 형이상학적 개념들과 연관되었던 것에 비하면, <특별한 날엔 이야기가 필요하다> 혹은 <More Was Not Necessary> 등의 제목은 이미 강렬하게 회화적 물성을 중심으로 구축된 화면에 마치 일기나 소설의 한 챕터를 떠올리는 서사적 힌트를 던져준다.

물론 제목이 이끌어내는 서사적 잠재성에도 불구하고 감상자는 화면을 이루고 있는 비언어적이면서 함축적인 회화적 사건들에 주목하게 된다. 실제로 화가가 한 일은, 캔버스 위에 다양한 사건들을 일으키고 그것들을 조율하거나 충돌로 이끌어 화면을 결정적인 사건의 현장 혹은 그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사건들은 매번 다르게 일어나고 화면 속에 생겨난 대상들의 양상 역시 매번 상이하게 존재한다. 따라서 그것들에 대한 수식이나 한정 역시 수없이 변주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회화는 시공간 속에서 의식이 어떻게 물질과 상호작용하는지를 가장 시각적인 재료들로 나타낸다. 안상훈의 회화는 예외적인 색채들과 그것들의 물성이 캔버스 위에 생생하게 발려지는 회화적 사건을 명료하게 드러낸다.

안상훈에게 있어 단어나 문장의 기재(inscription)가 어떤 회화적 의식을 부각시키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는 이번 전시 제목을 <Some Love It, Others Hate It>으로 결정했다. 이 문장은 몇몇 작품에서 회화적 요소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 유보적인 서술은 작가의 감정과 연관되어 있을 수도 있고, 위에서 언급했듯이 임의적으로 도출된 것일 수도 있다. 제목이 함축적인 것처럼 그것과 작품의 관계도 함축적이다. 마르셀 뒤샹은 제목을 ‘비가시적 색채’(Invisible Color)라고 불렀다. 안상훈의 회화에서도 제목은 다른 여러 회화적 물성들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작가가 마스터로서 다루어 내는 이러한 많은 재료들이 모여 그의 회화에 탁월한 분위기와 독자성을 만들어 내고 있다.

예술감독 유진상

‘100% 회화’란 특정한 이념이나 양식적 성격 그리고 미술사조의 계열과 단절된 상태의 회화를 가리킨다. 말 그대로 색과 형태의 혼합, 물질과 색채 그리고 어떤 상징이나 의미를 가리키지 않는 상태에서 비롯된 선과 얼룩, 형태, 붓질의 강도와 뉘앙스가 안상훈의 회화를 풍요롭게 해주는 요소들이다.

정현 (미술비평가, 인하대학교 교수), <어긋나기, 100% 회화에 다가가는 방법>

안상훈
b.1975
개인전
2020 <특별한 날에는 이야기가 필요하다-혼자 기다리지 않기 위해, 잊혀진 채로 남기 위해>, 갤러리조선, 서울
2018 <올해의 입주작가전: 모두와 눈 맞추어 축하인사를 건네고>,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친절한 농담>, 쌀롱아터테인, 서울
<내 신발이 조금 더 컬러풀 해>, 갤러리조선, 서울
2017 <굿: 페인팅>, 인천아트플랫폼 창고갤러리, 인천
2016 <아스팔트 위에는 빵이 자라지 않는다>, Kreis Museum, 오스터부르크
<캡슐 컬렉션>, 아트스페이스루, 서울
2014 <이상한 집>, Sparkasse Buer, 겔젠키르헨
주요 단체전
2021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청주시립 대청호미술관, 청주
  <꽃>, 뮤지엄헤드, 서울
2020 <부드러운 벽, 건조한 과일>, n/a 갤러리, 서울
2019 <어긋나는 생장점>, 문화비축기지, 서울
<유령걸음>, 경기창작센터, 안산
<수림미술상>, 수림아트센터, 서울
2018 <Veni Vidi Vici>, Plan B 프로젝트 스페이스, 서울
<이미지 속의 이미지>, 아트스페이스 휴, 파주
2015 <5. Tempelhofer Art Exhibition>, Galerie im Tempelhof Museum, 베를린
2014 <Foerderpreis>, Kunsthalle Münster, 뮌스터
<Kunstverein, Virtuell-visuell e.v.>, 도르스텐
2013 <Malernormaleaktivitäten>, NRW Representative Office, 브뤼셀
2012 <작업의 성별>, Gelsenkirchen Art Museum, 겔젠키르헨
<마인츠 미술상>, 마인츠
2010 <NordArt>, Kunstwerk Carlshütte, 뷔델스도르프
수상
2019 우수상, 수림미술상, 수림문화재단
2018 뉴히어로, 퍼블릭아트
2017 올해의 입주작가상,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2020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고양
2019 경기창작센터, 안산
2017-18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15 Residency Kunsthof Dahrenstedt, 작센안할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