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Journey For
유용선
유용선은 음식을 그린다. 그의 그림에는 다양한 음식과 차림이 등장하는데 피자, 핫도그, 감자튀김과 같은 인스턴트 식품들부터 값비싼 장신구, 명품 브랜드 백과 운동화의 모양으로 만든 케이크들, 그리고 고가의 자동차나 제품들의 상표들이 붙어있는 음료와 소스 병들, 심지어 수집품들로 보이는 장난감이나 손목시계들이 샐러드나 파이와 뒤섞여 있기도 하다. 이렇게 사물들이 과도할 정도로 음식 위에 장식되거나 올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용선의 그림은 생생하고 평면적인 색채들로 인해 마치 광고나 만화의 한 장면처럼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첫인상을 던져준다.
예컨대, 2019년 작 <In-Flight Service for First Class Passengers>는 장거리 노선의 1등석 승객을 위한 기내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실제로 객석에 앉아 있는 인물들은 바람을 넣어 사용하는 성인용 풍선인형들이거나 인체 근육 모형 같은 것들이다. 이들에게 제공되는 것들은 인터넷 성인 사이트의 라벨이 붙은 정체불명의 음료와 아이들이 가지고 놀만한 장난감들, 그리고 고가의 샴페인과 요리용 강판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승객들의 좌석에는 명품 브랜드의 로고가 인쇄되어 있지만, 좌석의 간격은 이코노미 등급에도 못 미칠 만큼 비좁다.
이 전시의 제목인 <Long Journey For>는 욕망의 끝에 이르기 위해 이토록 끝이 보이지 않는 불편하고 부조리한 여행을 기꺼이 떠나온 이들에 대한 헌사처럼 읽힌다. 작가의 농담 섞인 워딩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하다. 그것은 동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전달되는 짓궂은 유머인 셈이다.
굵은 윤곽선과 그 안을 채우는 평면적인 색채들로 인해 마치 일러스트 툴로 그린 듯한 스타일을 보여주는 유용선의 작품들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과 같이 일반적인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팝아트의 전형적인 예시처럼 보인다. 반면에 작가가 다루는 주제와 소재들은 매우 날카롭고 은유적인, ‘불편한’ 장면들 속에 연출되어 있다. ‘신체’ 혹은 ‘섭취’와 같은 관념들과 밀접하게 연관된 ‘음식’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실제로 먹기 불편하거나 불가능한 사물들을 식탁에 올려놓거나 요리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들은 짓궂거나 공격적으로 느껴진다. 대부분의 소재들은 자본주의 사회가 제공하는 선망이나 동경의 대상이 되는, 실제로 사기 어려운 고가의 물건들이다.
2019년 작 <Wake Up Mr. NEDO>에서 벌거벗은 채 대각선으로 바닥에 누운 인물은 아예 패스추리들로 뒤덮여 음식과 구분이 안될 정도로 그려져 있다. 그의 손목과 손에는 고가의 시계와 반지들이 끼워져 있다. 이 동시대적 도상들은 결코 충족되지 않는 물질적 욕망과 그것을 음식으로 섭취해 신체 혹은 정체성과 뒤섞고 싶은 충동을 아이러니컬한 비유로 보여준다. 아름다운 아크릴릭 색채들의 명확한 구성과 배치가 만들어내는 관능적 현란함과 함께 마치 시니컬한 랩의 가사(verse)와도 같은 이 장면들은, 공명과 부조리의 아우라를 동시에 뿜어내면서 쾌락과 혐오의 이원적인 감정을 롤러코스터처럼 오가도록 한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이러한 회화적 태도를 분출하는 유용선의 강렬하고도 감각적인 시선이 아닐까 한다.
세상은 매순간 내가 나였음을 증명해야 하는 순간들로 넘친다. 왜 나는, 매순간 나여야 했을까 라는 의문과 함께, 유용선이 준비해주는 요리, 그 요리를 위한 재료를 팔고있는 가게로 한번 가보는 거. 거기에 놓여있는, 우리의 욕망들이 어떻게 캐릭터라이즈 되는지, 그동안 내가 숨겨왔던 나의 그 욕망이 어떻게 드러날 수 있는지, 한번 볼까요. 아! 저 차! 내가 꼭 타고 싶었던 건데..
임대식 (아터테인 대표), <전지적 작가 레시피>